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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19

by 자연사랑1 2018. 9. 29.


- 어디로 가나? -

  도사는 갈 곳을 알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갈 곳이 없었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발 가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살아 있으니 움직여야 한다는 잠재의식 때문인지도 몰랐다.

  웅이봉에서 남쪽으록 내려와 또 하나의 산봉우리에 올라섰을 때 도사는 눈앞에 펼쳐진 산줄기와 계곡의 조화된 정취에 몸의 피곤도 잊고 감탄하여 마지 않았다.

  도사가 지금 서 있는 산봉우리로부터 서남쪽 매돌봉에 이르기까지 흡사 여인의 품처럼 아늑하게 펼쳐진 산줄기를 향한 맞은 편 남쪽은 난함산의 장엄한 자태가 장부처럼 우뚝하게 버티고 있었다.

  바로 눈아래로 흘러 내려간 계곡은 매돌봉에서 흘러내리는 계곡과 합쳐 곧장 난함산을 향하여 뻗쳐 흘러 있었다.

  이 편 산의 혈맥은 맞은 편 난함산을 향하여 흘러 뻗쳤는데 웅장한 난함산의 정기는 온통 이 편을 향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음양상합(陰陽相合)!  도사가 감탄하여 마지 않은 것은 바로 이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난함산은 양(陽)이고 이쪽은 음(陰)이었다.

  - 음양이 서로 합한 지세(地勢)!  여기에는 반드시 출생이 있는 법이다.  생명의 출생이... -

  산소 명소를 찾아 안 가본데 없이 다 돌아 다녀 본 도사였지만, 여기처럼 음양지기가 화합한 곳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만년에 이르러 즐겨 은둔하고 있던 계룡산에도 이런 지리는 갖고 있지 않았다.

  - 아깝도다.  일찍이 이곳을 찾았던들 백제의 운명은 다시 한번 일어설 수도 있었을 것을...  이 줄기찬 기운의 출생은 분명코 큰 생명의 운동이 일어날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황랑이 지금 살아 있다면... -

  도사는 황랑을 생각하고 더욱 비분강개했다.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고야 말 먼 그날을 생각하며, 도사는 무거운 한 마디를 토했다.

  “사사(士師)야 여기서라!” 고

  이것은 자기도, 황랑도 이루지 못한 일을 어느 문무가 겸전한 사사가 여기에서 일어나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원이었던 것이다.  아니, 예언이었다.

  사사가 여기에 자리잡고 서는 날, 그 날에는 분명코 많은 생명이 이 터전에서 출생할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도사가 서 있던 이 봉우리를 오늘날 사사봉(士師峰)이라 일컫거니와 이 봉우리는 지금까지 영봉으로서의 그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용문산에 생명의 운동이 일어난 이후, 어떠한 큰 역사가 나타나려면 미리 이 사사봉 쪽에서 무슨 징조가 꼭 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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