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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18

by 자연사랑1 2018. 9. 29.


꾀꼬리가 그 찬란한 빛을 발했을 때, 그러니까 신라군사들의 눈이 어두워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매돌봉을 돌고 있던 매도 이 강렬한 빛을 보자, 그만 혼이 흩어져 방울이 굴러 내려간 매방울 양지에 떨어져 죽고 말았던 것이다. 

  한편 웅이봉에 엎드렸던 곰은 지리멸렬하는 신라군사들을 향하여 마지막 힘을 다 뽑아 바람을 내뿜고 있다가 꾀꼬리의 찬란한 빛이 눈앞에서 번쩍하는 순간, 웅이봉 고개마루에서 곧장 몇 길을 굴러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신기한 것은 곰이 굴러 떨어진 그 자리에 우물이 패이고 이 곰은 푸른 용이 되어 꼬리를 흔들면서 구름을 타고 하늘로 되돌아가 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래서 이 우물을 용천(龍泉 - 지금의 약수터 復活泉)이라 이름했고 이 산을 용이 하늘로 올라간 문이 열린 곳이라 해서 용문산(龍門山)이라 했다.   용문산(容門山)이란 현재의 이름은 신앙적으로 개명한 산명이다. 

  또한 이때, 꾀꼬리가 앉아 있던 앞산 기슭에는 한 마리의 봉황이 알을 품고 있었는데 이 눈부신 빛에 놀라 푸드득 날아가다 그만 혼을 잃고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 산을 지금은 내남산(乃南山)이라 부르고 있으나, 그 본래의 이름은 봉황이 알을 품고 있었다고 하여 난함산(卵含山), 또는 봉황이 날랐다고 하여 비봉산(飛鳳山)이라고도 한다.  

  이 난함산에는 옛날에 난함사(卵含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산의 서남쪽으로 흘러 내려가고 있는 개천을 봉계(鳳溪)라 하고 이 근방을 봉산면(鳳山面)이라 함은 비봉산(飛鳳山)이란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 전하고 있다. 

  꾀꼬리가 앉아서 빛을 내쏟은 봉우리를 꾀꼴봉이라 하여, 오늘날 그 애절한 전설을 듣는 이마다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어쨌든, 한 여인의 넋이 한을 품고 마지막 자기 몸을 불살랐을 때 수 많은 신라군도, 곰도, 매도, 봉황도 할 것 없이 그 생명들이 다함께 붙 타버린 것이다. 
 
  

사사봉(士師峰) 

  몽롱한 흔미 속에서 도사가 깨어났을 때에는 하늘처럼 믿었던 곰도 매돌봉을 돌고 있던 매도 보이지 않았다. 

  신라의 병마가 죽어 넘어진 골짜기엔 수라장을 이루었던 인마의 비명도 세찬 바람도, 그리고 뭇 생명을 빼앗아 간 꾀꼬리의 찬란했던 빛도 도사는 알 턱이 없다. 

  쨍쨍한 하늘에 흰 구름만 여전히 흘러 가는데, 다만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눈 아래 내려다 보이는 수 많은 주검들의 처참한 양상과 함께 텅비어 있는 도사의 마음 뿐이었다. 

  이제는 백제라고 하는 죽어버린 조국의 이름 속에서, 도사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질 못했다.  나이 늙도록 쌓아올린 인생이란 탑마저도, 산산이 절벽으로 떨어져 내려가는 것만 같은 허탈한 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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