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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21

by 자연사랑1 2018. 9. 29.



 그런데 이 서산(西山)과 웅이봉 사이에 조그만 내가 하나 있었다.  이런 내가 있을 때마다 사명당 ( - 송운대사)은 늘 서산대사를 업어 건네었고 뿐만 아니라 별의별 구역질나는 잔 심부름까지 감당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 내에서도 역시 서산대사를 업어 건네어 놓고 그 뒤를 터덕터덕 걸어 가면서 서산대사의 뒷모습을 바라 보노라니 키도 짤막한데다가 바싹 마른 품이 꼭 꽁지 짜른 마른 명태를 연상케 했다.  그 뒤를 기골이 장대한 자기가 따라가고 있는 꼴을 산중이니 망정이지, 만일 사람들이 본다면 손가락질을 할 일이었다.  사명당의 마음 속에는 불측한 생각이 떠 올랐다. 

 - 하, 요런 것을 내가 스승으로 모시고 받들다니 - 
이때였다.  앞서 가던 서산대사가 뒤를 휙 돌아보면서 그 입에서는 일성대갈(一聲大喝)이 터졌다. 

 “싫거든 그만 두려므나!” 
사명당은 코가 납작해져서 스승 앞에 엎드려 머리를 숙이고 말았다. 

 그러나 서산대사는 냉정했다. 

 “다시 공부를 하고 나를 찾아라!” 
짚고 가던 지팡이를 그 자리에 탁 꽂고 서산대사는 표연히 떠나는 것이었다. 

 이후에 이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큰 나무가 되었으나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풀이 죽어버린 사명당은 홀로 웅이봉을 넘어 사사봉에 이르렀다.  거기서 철철 넘쳐 흐르는 용천(龍천)을 발견하고 이 물을 양껏 들여 마시었다.  여기서 새로운 지혜와 담력을 얻은 사명당은 나중에 일본까지 그 이름이 유명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30년전 한 문둥병자가 이 물을 마시고 병은 씻은 듯 깨끗해 졌으나 샘물은 당장에 말라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무렵에 이 산중에는 삼십에 가까운 한 청년이 나타나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짐승처럼 산 속을 쏘다니고 있었다.  아랫마을 도치랑 사람들은 이 청년이 무엇하러 왜 산중에 살며, 짐승처럼 살고 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예수쟁이라는 것 뿐이었다. 

 그후 7년이 또 지난 어느날 이 청년은 산기슭에 엎드려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얼마 안되는 곳에서 무엇이 터져 나오는 소리가 기도 중에 들려왔다. 

 “펑, 펑, 펑…” 기도를 마친 후, 소리나는 곳을 찾아 가랑잎을 헤치고 보니 옥같이 맑은 물이 바위 속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우물이 곧 7년동안 죽어 잇던 용천이었던 것이다.  죽었던 용천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이 샘을 부활천이라 했다. 

 이 샘의 부활은 죽은 심령들이 이 산중에서 많이 살아날 것을 예표로 보여준 것이었으니 샘이 죽어있던 7년동안 집 한 채도 없던 이 산중에 샘이 부활한 후부터는 한 채, 두 채 세워지게 되어 죽은 심령들이 찾아와 생명을 얻고 돌아가는 오늘의 용문산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때의 이 청년이 지금의 나운몽장로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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