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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15

by 자연사랑1 2018. 9. 29.



     신라군은 말 탄 군사를 풀었다.  그리하여 도사가 삼도봉에 이르렀을 때 말 탄 군사들이 구름같이 쫓고 있었다.

     도침을 쫓아 오던 신라 군사중 몇 명이 삼도봉 아래에 다달았을 때, 이상한 여자의 음성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귀를 기우리고 가까이 갔을 때, 이들은 서로 마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원수를 찾아 신라로 간 황랑을 보살피셔서 김유신의 목을 잘라 아버지의 원수를 갚게 하고 백제에 큰 일꾼이 되어 달라는 황랑 어머니의 애절한 기도 소리였던 것이다.

     그들은 이 여인이 황랑 어머니임을 곧 알았다.  그 아들에게 이런 어머니가 있음을 감복하여 마지 않았다.

     - 백제가 망한 것도 황랑이 죽은 것도 알지 못하는 이 여인은 언제까지 이 정성을 올리고 있을 것인가? -

     그 중 나이 많은 군사 한 사람이 토굴 속으로 들어갔다.  기도소리는 뚝 멈췄다.

     “남의 처소에 허락없이 들어섬은 어찜인고? ”
서릿발처럼 차가운 음성이었다.

     “나는 이곳을 지나던 신라군사.  백제 여인으로 응당 원한이 큼을 알듯도 하오.  그러나 백제는 벌써 망하고 황랑도 이미 죽은 오늘날 그 정성이 아깝소.”

     이때 밖은 도침을 쫓는 신라군의 함성이 들려왔다. 

     “와 -- 와 --”
산이 떠나가는 듯했다.

     “저 소리를 들으시오?  도침을 쫓아가는 신라군의 아우성이오.”

     “허락도 없이 들어섬도 무례하거니와 내 누구의 말을 못믿어 원수나라 군사의 말을 믿으랴?  백제 망했을리 없고 우리 황랑 죽었을리 만무다.”
여전히 꺾일 줄 모르는 도고(道高)한 음성이었다.

     “뜻은 장하오만 천운은 진했오.  신라를 향하여 요망한 입술을 더 놀리지 말고 차라리 충실한 신라 백성이 되어 여생을 보내시오.”

     “무엇이라고?  이 놈!  차라리 백제의 개가 되어 도둑을 지킬지언정 원수나라 백성이 될까 보냐?  이 놈!  이 칼을 받아라!”

     품속에서 비수를 빼어 들었다.  그러나, 칼 잡은 손은 공중에서 허우적거렸을 뿐 신라군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차라리 날 죽이고 가거라.  지아비도 자식도 다 너희 손에 죽었거늘 내 또한 너희 손에 죽기가 원이다.  자! 어서 죽여라!”

     여자가 원한을 품으면 (一婦念怨) 오뉴월에 강서리가 내린다 (五月飛霜)했으니, 저 사무친 원한을 품고 이 여인이 더 살면 신라에 무슨 앙화가 미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욱이 나라도, 지아비도, 자식도 다 잃어버려 이제는 살아있을 보람도 없어진 지금에 있어서랴!  군사는 칼을 높이 쳐들어 여인의 목을 내려쳤다.

     그 때 황금빛 찬란한 빛을 발하며 한 마리의 꾀꼬리가 여인의 몸에서 날아갔다.  슬프디 슬픈 외마디 울음을 남기고 ...

     한편 방울을 달고 계룡산을 떠난 매는 도사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하여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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