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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14

by 자연사랑1 2018. 9. 29.


요즈음, 도사는 어떤 위험이 시시각각으로 닥아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도사가 치고 있는 특유한 점괘는 늘 불길한 것만을 가리켰다.  자기의 운명도 절박해 진 것일까?  짙어져 가는 저녁 어스름 속에서 그는 눈물을 주루루 흘렸다.

     - 백제는 이대로 영원히 망해 버리는가! -

     그러나, 어떤 절망 속에서도 끈기있게 기다리며 믿어오는 것이 도사에게는 한가지 있었다.  그것은 오직 도사만 알고 있는 비밀로 웅이붕 산마루에서 잠들고 있는 그 하늘 곰이 깨는 일이다.  천년 긴 세월을 잠 속에 있으면서 할 일을 잃어버린 이 곰은 백제의 풍운이 경각에 달려있던 황산벌 싸움 때쯤은 응당 잠이 깨어 줬어야 했던 것이다.  이도 역시 하늘의 도움이 백제에게는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튿날,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의례이 하는 버릇대로 아침 하늘을 선회하고자 동굴을 나갔던 매가 무엇에 쫓기듯 숨을 할딱이며 되돌아 왔다.  어떤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겁에 질린 매를 보자 순간 도사는 이 동굴 아니, 이 계룡산을 떠나야 할 때가 이르른 줄 알았다.

     도사는 바랑을 짊어지고 매와 함께 동굴을 나섰다.

     동쪽 조그만 산등성을 넘어섰을 때 산밑으로부터 아침 바람을 타고 산을 흔드는 함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북소리, 또 북소리.

     “잡아라.”

     “도침을 잡아라.”
계룡산을 포위하고 신라군이 이잡듯 뒤지며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 저 신라군의 추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

     도사는 황랑이 뜻을 못 이뤘음을 알았다.  찬서리가 내리는 날, 마지막 남았던 한 개의 잎마저 떨어지는 듯 적막을 느꼈다.  매를 통해 때가 가까왔음을 알려주기는 했지만 도사의 법력은 다시 한번 시간의 오차를 가져왔던 것이다.

     - 천운이 진했도다!  천운이 진했도다! … 아, 어찌하여 곰은 아직도 잠을 깨지 않는가? -

     도사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주루루 흘렀다.

     도사는 큰 방울 한 개를 매의 발에 달아 주었다.  웅이봉의 곰을 깨우기 위함이었다.

     매는 하늘높이 솟아오르자 신라 군사의 눈은 일제히 그리로 쏠렸고 그러자 곧 동쪽으로 산 모퉁이를 급히 치달아 가고 있는 도사를 발견했던 것이다.

     “저기다.”

     “쫓아라.”

     북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아우성을 등 뒤에 들으면서 도사는 산줄기를 타고 동으로 달아났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사기로 산에서만 살아온 도사의 발걸음을 따를 재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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