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춤은 이른바 "도화이화란락(桃花梨花亂落)"이라는 검무로서,
스승 도침을 통하여 익힌 검술 중의 한 가지였다.
모든 사람이 이 칼춤에 넋을 빼앗기고 있는 동안 오직 한 사람 김유신만은 그 눈동자에 점점 불길을 돋우고 있었다.
-이는 필시 곡절이 있는 자로다 -
도력(道力)은 도인이라야 알고 무술(武術)은 무인이라야 알아 보는 법이다. 산 속에서 기도하며 무예를 닦았던 김유신이 황랑의 이 무술을 못 알아 볼리가 없었다.
-괴이한지고!-
김유신의 의혹은 점점 짙어 갔다. 공중에 떴던 황랑의 몸이 땅에 닿았다고 하는 순간, 이번에는 좌로 번쩍, 우로 번쩍, 흡사 여름날 번개가 번쩍임같이 좌충우돌, 신출귀몰하는 듯.
"-와--"
경탄의 부르짖음이 다시 한번 터졌다. 이 때다! 황랑은 기회를 노렸다. 아! 어찌하랴! 칼자루를 굳게 잡고 노려보고 있는 김유신의 눈은 불을 내뿜는 듯 위로 째질대로 째져 있었다. 범하기에는 추호의 틈도 없는 몸가짐이었다. 순간, 황랑은 모든 힘이 빠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춤은 질서를 잃었다.
"흠-"
김유신의 입언저리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고 지나갔다.
-저 김유신은 벌써 나의 정체를 안 것이다-.
황랑의 정신이 흐트러짐과 함께 춤도 어지러워 졌다. 칼을 쓰는 것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서라벌에서 살아 가려니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원수의 목에 칼을 꽂고 죽는 것으로 족했던 것이다. 죽이고 죽느냐? 죽이지도 못하고 죽느냐? 하는 것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 때까지 겪어 보지 못한 위험을 황랑은 비로소 느꼈다. 도사의 말이 생각났다.
"위태할 때는 하늘의 기운을 보내리라"한 그 약속.
-며칠 전에 나타났던 그 매라도 와 주었으면-
그러나 일각이 귀중한 이 마당에, 어찌 그것을 바라고만 있으랴? 황랑은 체념해 버렸다.
이제는 최적의 기회를 노려 기습을 가하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파란 무지개와 함께 황랑의 몸은 다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러나 그 찰라 비호처럼 땅에 내려선 황랑은 정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려 김유신의 목을 향하고 번개같은 일격을 가했다.
"앗!-"
벼락치는 듯한 고함소리에 숨죽이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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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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