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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10

by 자연사랑1 2018. 9. 29.

            
  

 -그렇다. 기다리던 때는 오는 것이다.- 

 그 날 밤 황랑은 벅찬 감격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며칠이 지난 후 우거진 녹음의 싱그러운 냄새가 풍기는 청명한 날.  남산 아래 드넓은 펄에서는 큰 행사가 벌어졌다.  이 날은 한 해 전에 백제를 쳐 무찌른 신라로서 가장 기쁜 경축일이었다.  아름답고 씩씩한 화랑들의 말달리기, 활쏘기, 칼쓰기, 힘다루기, 등 다채로운 경기가 차례대로 벌어졌다. 

 임석한 무열왕과 문무백관들은 다 주흥이 도도하여 연신 호방스러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때 열석해 있던 한 신하가 왕에게 상주했다. 

 "상감마마께 아뢰오.  듣자옵건대 요즈음 서라벌 거리에는 얼마 전부터 아름다운 미동 하나가 나타나서 칼춤과 노래가 절륜하와 서라벌 장안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다고 아뢰오.  황송하오나 오늘 이 즐거운 날에 그를 불러 이 자리를 더 흥겨웁게 하심이 어떠하오리까?"  

 무열왕의 얼굴에는 만족한 빛이 어려 있었다. 

 "제신들은 다 어떻게들 생각하오?" 
모두 머리를 숙여 

 "좋은줄로 아뢰오." 
했다. 

 황랑의 때는 온 것이다.  얼마나 기다리던 기회랴?  어머니 그리고 도침도사의 기원이, 오늘 두번 다시 없을 이 좋은 기회를 이루어 주신 것이 아닌가? 

 황랑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면서 하늘이 주신 이 자리에 실수가 없기를 빌었다. 

 목욕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은 황랑의 모습은 신라 화랑에 못지않게 미모와 패기를 지니고 있었다. 

 황랑은 왕의 옆에 앉아 있는 원수 김유신을 살펴 봤다.  위로 째진 두눈이 퉁방울처럼 부리부리 빛나고 호랑이 같은 얼굴에는 약간의 주기가 있어 붉으레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유흥의 자리에서도 늠름한 자세엔 나라의 위엄이 족히 서려 있었다. 

 황랑은 머리를 숙여 예를 올렸다.  두손에 잡은 칼이 햇빛을 뿜으면서 핑글핑글 돌기 시작했다.  자리는 물을 끼얹은듯 숨을 죽이고 고요했다. 

 이윽고 황랑의 몸에서는 오색 무지개가 서고 영롱한 무지개 속에 황랑의 몸은 점점 삼키워져 갔다.  구름같이 모여선 사람들은 이 황홀한 광경에 넋을 잃고 있었다. 

 바람을 날리면서 크게 한 바퀴 자리를 돌기 시작했다.  왕의 앞을 지날 때에는 회오리 바람처럼 치닫는 칼바람에 그 턱수염이 나불거렸다.  황랑이 앞을 스쳐가자 모두들 죽였던 숨들을 내뿜는다. 

 손바닥에 땀을 쥐고 보고 있는 사이 한 바퀴의 시위 춤이 끝나려 할 때, 벼란간 땅을 찬 황랑의 몸은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공중에 떠올랐다. 

 "야-" 

 사람의 입에서마다 탄성이 올랐다.  나풀나풀 꽃잎이 떨어지듯 황랑의 몸은 다시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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