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황랑은 뜨거운 것이 가슴 속에서 솟구침을 깨달았다. 몽매에도 그리던 어머니가 7년이란 긴 세월을 저 기도를 드리면서 살아오신 게 아닌가? 저 토굴 속에서...
"어머니-"
격한 부르짖음과 함께 황랑은 토굴 앞에 엎디어 흐느꼈다. 그러나, 풀을 엮어 밖을 가리운 토굴 안에서는 여전히 기도가 계속될 뿐이었다.
"어머니! 불초 황랑이 왔습니다."
기도는 또 계속되었다. 황랑은 울었다. 한참 후에 기도는 멈춰 졌다.
"어머님! 불초 황랑이 왔습니다."
"내 아들이면 반드시 이 어미에게 보여야 할 것이 있다. 네 손에 김유신의 머리가 들려 있느냐?"
싸늘한 말씨였다.
"황송하오나, 지금 원수를 찾아가는 길이옵니다."
"김유신의 몸을 가져 오지 않는 아들이라면 내 잊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너 사람을 놀리는 요망한 귀신이 아니어든 썩 물러가라!"
눈물을 머금고 황랑은 돌아섰다. 황랑의 마음이 채찍을 맞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어머니가 불을 놓고 뒷산으로 사라지던 때와 바로 지금. 피가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어 하늘을 우러르며 마음 속에 부르짖었다.
- 하늘은 들으시리라! 우리 어머님의 저 기도를... 아! 내 어이 원수를 갚지 못하리 -
추풍령 옛 진터를 지나면서 아버지와 또 함께 사라진 백제 군사들의 명복을 빈 다음 동으로 동으로 걸음을 빨리했다.
황랑의 죽음
그로부터 나흘 후 신라 서울 서라벌 거리에는 칼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미동이 나타났다.
그가 칼춤을 출 때에는 봄바람에 꽃잎이 흩어지는 듯했고, 그가 노래를 부를 때에는 듣는 사람마다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가 황랑임은 두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마다 이 거리 저 골목, 어느듯 서라벌 장안에서는 황랑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만큼 그는 화제거리가 되어갔다.
어느날 해가 질 무렵, 오늘도 춤과 노래로 거리에서 하루를 보낸 황랑은 산기슭에 마련된 동굴을 향하여 돌아오고 있었다. 인가를 지나 산길을 들어섰을 때였다. 난데 없는 매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 솟구치더니 방울 한 개를 떨어뜨리고 다시 하늘 높이 바람을 차고 솟아올라 서쪽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황랑은 방울을 주워 그 속에서 조그만 쪽지 한 장을 발견해 냈다.
"때가 가깝다. 도침"
- 아! 도사께서! -
매가 사라지던 노을진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황랑은 도사의 법력(法力)을 감격하여 마지 않았다.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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