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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9

by 자연사랑1 2018. 5. 17.

순간, 황랑은 뜨거운 것이 가슴 속에서 솟구침을 깨달았다.  몽매에도 그리던 어머니가 7년이란 긴 세월을 저 기도를 드리면서 살아오신 게 아닌가?  저 토굴 속에서... 

 "어머니-" 

 격한 부르짖음과 함께 황랑은 토굴 앞에 엎디어 흐느꼈다.  그러나, 풀을 엮어 밖을 가리운 토굴 안에서는 여전히 기도가 계속될 뿐이었다. 

 "어머니!  불초 황랑이 왔습니다." 
기도는 또 계속되었다.  황랑은 울었다.  한참 후에 기도는 멈춰 졌다.   

 "어머님!  불초 황랑이 왔습니다." 

 "내 아들이면 반드시 이 어미에게 보여야 할 것이 있다.  네 손에 김유신의 머리가 들려 있느냐?" 
싸늘한 말씨였다. 

 "황송하오나, 지금 원수를 찾아가는 길이옵니다." 

 "김유신의 몸을 가져 오지 않는 아들이라면 내 잊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너   사람을 놀리는 요망한 귀신이 아니어든 썩 물러가라!" 

눈물을 머금고 황랑은 돌아섰다.  황랑의 마음이 채찍을 맞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어머니가 불을 놓고 뒷산으로 사라지던 때와 바로 지금. 피가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어 하늘을 우러르며 마음 속에 부르짖었다. 

 - 하늘은 들으시리라!  우리 어머님의 저 기도를...  아! 내 어이 원수를 갚지 못하리 - 

 추풍령 옛 진터를 지나면서 아버지와 또 함께 사라진 백제 군사들의 명복을 빈 다음 동으로 동으로 걸음을 빨리했다. 
 
  

황랑의 죽음 

 그로부터 나흘 후 신라 서울 서라벌 거리에는 칼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미동이 나타났다. 

 그가 칼춤을 출 때에는 봄바람에 꽃잎이 흩어지는 듯했고, 그가 노래를 부를 때에는 듣는 사람마다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가 황랑임은 두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마다 이 거리 저 골목, 어느듯 서라벌 장안에서는 황랑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만큼 그는 화제거리가 되어갔다. 

 어느날 해가 질 무렵, 오늘도 춤과 노래로 거리에서 하루를 보낸 황랑은 산기슭에 마련된 동굴을 향하여 돌아오고 있었다.  인가를 지나 산길을 들어섰을 때였다.  난데 없는 매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 솟구치더니 방울 한 개를 떨어뜨리고 다시 하늘 높이 바람을 차고 솟아올라 서쪽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황랑은 방울을 주워 그 속에서 조그만 쪽지 한 장을 발견해 냈다.   

 "때가 가깝다.  도침" 

 - 아! 도사께서! - 

 매가 사라지던 노을진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황랑은 도사의 법력(法力)을 감격하여 마지 않았다.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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