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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7

by 자연사랑1 2018. 5. 17.

- 저 눈물은 무엇을 의미함인가!  망해 버린 나라를 조상함인가!  나의 때 잃음을 애석히 여김인가!  불연이면,  때를 포착하지 못한 당신의 미급함을 탄식함인가 -

붉게 타는 저녁 노을이 산봉우리를 비치고 있었다.

이튿날 새벽, 도사는 황랑에게 한 비밀을 풀어 원수를 갚는데 남은 유일한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머리숙여 공손히 읍하여 도사를 하직하고 우선 고향 사비성에 돌아와 망국의 회포에 눈물을 뿌렸다.


사자루 맑은 물은 예대로 흐르건만 
정쏟아 살던 이들 어디로 다 갔는고
귀설은 뱃노래가 여울 건너 퍼지네!


십오야 푸른 밤을 흘려보낸 옛노래
영월대 오솔길에 바람 쉬는 오늘은
임없이 뜨는 달을 무슨 정에 맞으랴


낙엽이 불리듯이 눈물져 떠난 곳을
석양에 돌아온 객 시름에 잠기는데
소정방 세운 탑이 그림자를 느리네


원수가, 오랑캐가 밟고 지난 이 땅에
귀인도 가버리고 충절도 땅에 졌네!
피뿌려 임 잃은 설움 그 언제나 풀으리


떠나던 날 활활 타오르던 집터에는 
쑥대가 무성하게 자라 있는데
뒷산으로 사라지던 어머님은 어떻게 되셨을까?
 

황랑(黃郞)의 어머니

나라가 망함과 더불어 세상의 재미를 잃어버린 많은 백성들은 조용히 산골을 찾아 사비성을 떠났다.  사비성의 진수한 당장(唐將) 유인원(劉仁願)의 거들거리는 놀이가 낮이면 부소산 송림 속에 베풀어 졌고, 밤이면 사자수 뱃노리가 주색에 묻혀 질탕했다.  민간에서는 백제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 기화로 당병들의 약탈과 행패는 더 심했다.  사비성의 거리에는 때때로 말탄 군사들이 먼지를 날리며 달려 갔다.  나라가 망한 뒤, 한해 가까운 짧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심도 물정도 다 변해버린 사비성의 폐허에서 황랑의 피끓는 마음은 더욱 불타 올랐다.

-오래지 않아 백제의 이 슬픔과 이 치욕을 황랑은 씻어 보이리라! -

그날 밤이었다.  황랑이 머물고 있는 이웃집에 두 명의 당나라 군사가 겁탈을 하러 들어왔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와 겁에 질린 부녀의 황겁한 음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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