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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5

by 자연사랑1 2018. 3. 28.

        

       이럴 즈음에 계룡산 속에서 황랑과 도침도사가 대좌하고 있었다.  여기 도침이란 인물은 문무가 겸한 도승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하야하여 숨어 있는 뜻있는 지사들이나, 조정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들 중에서도 나라를 참으로 근심하는 이들이라면 다 이 도침과의 나타나지 않는 연결이 맺어져 있었다.  황랑의 어머니가 황랑으로 하여금 도침을 찾게 한 것도 이런데서 연유한 것이었다. 

       산에 들어온 후 오늘까지 황랑은 창검을 잡고 등줄기에 땀이 흐르기까지 스승 도침에게서 비법을 익혔다. 

       화살을 날리며 바람같이 말을 몰아 단숨에 산곡을 뛰어 넘으면서 심신을 닦고 기개를 기르는 한편 새벽 달이 지기까지 글을 읽고 골짜기가 울리도록 하늘에 호소하는 간절한 기원과 더불어 여섯 해의 모진 수련을 쌓아 왔다.  그동안 특별히 스승 도침을 통하여 익힌 것은 도침 특유의 쌍도류(雙刀流) 비법이었다.  양손에 칼을 잡고 서면 시퍼런 서기가 칼날에 번득였다.  어떠한 강적이라도 물리칠 묘기와 심지(心志)에 서 있었다.  정(靜)하되 그 속에 동(動)을 유지하고 동(動)하되 정(靜)을 잃지 않음이 칼을 쓰는 기본 원칙이었고 동(動)하되 화(化)하지 않음은 교합(交合)의 비칙(秘則)이었다. 

       육년이란 산 생활이 황랑으로 하여금 애띤 모습을 벗겨 버리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망울에 넘치는 정열과 하늘을 찌를 듯한 기백을 소유케 했다.  황랑의 나이 열 다섯. 

       "기러기도 철이 오면 제곳으로 가오매 이제는 나아가 뜻을 이루게 하소서."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여 벌써 세번째나 아뢰어 본 황랑의 청원이었다.  도침은 묵묵히 머리를 가로 저었다.  오늘도 역시 되풀이된 태도였다.  때가 이르다는 것이다.  안타깝기만 했다.  요즈음 황랑에게는 알 수 없는 충동이 마음 속에서 부쩍 끓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과 같이 믿어오던 스승의 말을 어기고 스스로 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세상과는 완전히 절연된 이 산 속, 오직 도침도사만이 세상의 움직임을 도술로 점치고 있었다. 

       이리하여 다시 한 해가 흘렀다.  그러니까 황랑의 나이 열 여섯이 되는 해.  황랑은 말을 달려 산마루를 치달아 오르다가 노루 한마리를 쫓기 시작했다.  짐승을 살해한다는 것은 도사의 금계였으므로 활을 쏘아 잡을 필요는 없었다.  짐승을 쫓아 올개미로 생포하는 훈련으로 유익할 뿐이었다. 

       의외로 오늘 만난 노루는 날쌔었다.  콧김을 내뿜으며 말이 세차게 그 뒤를 쫓았다.  어느 덧 황랑이 도사가 엄명해 놓은 경계선을 넘어 골짜기를 건너서 또 하나의 산등성이에 올라섰을 때였다.  쫓던 노루는 간 곳이 없고 정말로 오래간만에 뜻하지 않은 나뭇군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황랑은 반가왔다.  사나이는 처음 몹씨 경계하는 듯하더니 황랑의 부드러운 말에 곧 안심하는 모양이었다.  인사가 오고 간 후에 황랑은 그 사나이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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