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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구전사화

용문산 구전사화 1

by 자연사랑1 2017. 11. 29.
용문산 비전사화1  
 

웅이봉 (熊耳峰)  

     아득하게 먼 옛날이었다.  갑자기 밝던 하늘이 어두워지고 난데없는 회오리 바람이 나뭇잎을 날리고 지나가자, 

     "꽝 -" 

하고 벼락이 산마루를 내리쳤다. 천지가 온통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씻은 듯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조금전과 같은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런데 바로 거기 벼락이 내리치던 그 산마루에 이상한 것이 새로이 나타났다.  이 땅 위에서는 일찌기 볼 수 없었던 그런 큰 짐승 한 마리가 엎드려 있지 않은가!  그것은 틀림없는 곰이었다. 

     무궁한 지혜를 가졌던 하늘의 영물이 천신께 불충한 죄를 짓고 가장 미련한 곰이 되어 사람이 사는 이 세상으로 쫓겨 내려온 것이니, 인간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한가지만 한다면 다시 하늘로 불려 올리시겠다는 약속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천웅(天熊)은 공을 세울 기회를 얻기 위하여 눈을 들어 천리 밖 세상을 살폈고 그 귀로는 세음(世音)을 분별하고자 온 총기를 기우리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간 뒤의 일이지만 천웅이 귀를 열어 세음을 듣고 있었다고 하여 세상 사람들은 이 봉우리를 곰웅, 귀이, 웅이봉이라 이름 지었다. 

     해가 가고 또 바뀌어 천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갔다.  그러나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남녀노유 할 것 없이 그들이 입은 흰옷처럼 예의범절이 다 고결했고 닐리리야 풍악소리만이 꿈결처럼 흘러가는 태평성세 속에서는 공을 이룰만한 어떤 일이 좀처럼 생겨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밭 이랑마다 보리 잎이 푸르러 가는 어느 따뜻한 봄 날, 아물거리는 아지랑이 속에 찾아온 졸음을 못이겨 종달새 소리를 들으면서 살풋이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러나 원래 천성이 미련한 곰인지라 한번 든 잠은 좀처럼 쉽게 깨어날 줄을 몰랐다. 

     곰이 잠든 동안에 이 땅위의 인간 세상에서는 밤이 깊도록 어우려지던 태평가도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고 다음과 같은 가지 가지의 험한 역사가 엮여지고 있었으나 하늘로 다시 올라가야할 이 곰은 그저 깊은 잠에만 취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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